창작수필 28

중문의 하얀 밤

하얀 밤 오현진 3년전 봄이었다.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4월의 어느 밤, 중문의 라이브 카페에서의 추억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날 조엽문학회 회원분이 수필집을 발간하여 동료 문학회원들과 함께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행사 장소는 중문에 위치한 고깃집이었다. 고깃집에서 식사를 하며 출판기념회 행사를 할 때 까지는 여느 출판기념회와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출판기념회 행사가 끝나고 뒤풀이를 하기 위해 이라는 라이브 카페로 갔을때 평생 잊을 수 없는 꿈 같은 일이 현실로 다가올 줄 누가 알았을까.. 사실 고깃집에서 나와 뒤풀이를 하러 간다고 했을 때, 비도 오고 피곤하기도 해서 뒤풀이 대신 집에 가서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이렇게 비도 많이 오고 피곤한데 무슨 뒤풀이까지 한다고.. 게다가 노래방도..

창작수필 2015.02.21

왕의 귀환

왕의 귀환 오현진 왕이 돌아왔다. 세상과 단절한 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적막한 숲속 자신만의 거처에서 은둔하던 상처입은 호랑이. 전설속의 영웅처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뿐 아무도 그 실체를 알 수 없었던 그가 은둔하던 숲을 벗어나 세상의 중심으로 들어선 것이다. 라일락 향기가 무르익는 오월의 어느 일요일 저녁, 그 꿈같은 일이 현실이 되었다. 하루 일과를 갈무리하고 평온한 휴일 저녁의 여유를 누리는 그 시간, 창 너머로 아스라하게 보이는 하늘 저편이 석양에 물들 즈음에 예기치 않게 그가 다가왔다. 그와의 뜻밖의 만남은 일요일 저녁에 방송되는 모 방송사의 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요즘 방송에서 보기 힘든 가수들이 나와 경연을 벌이는 이 프로그램을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보다가 차츰 리모컨을 ..

창작수필 2011.06.26

가을 풍경속의 외돌개*

가을 풍경속의 외돌개* 오현진 고즈넉한 가을 밤 어둠 속에서 외돌개를 본 적 있나요. 바다 위로 우뚝 솟아 있어 서귀포 해안을 지키는 바위섬, 외돌개. 원시의 차디찬 밤바람에 몸을 뒤척이는 파도소리와 함께 놀 속으로 빠져드는 외돌개의 그림자는 물결 소리에 한 층 더 자태는 외롭고 애절합니다. 가을밤의 적막함 속에 더욱 쓸쓸한 내 마음의 투영이겠지요. *삼매봉 남쪽 기슭에 자리하고 있는 외돌개는 150만 년 전 화산 폭발로 섬의 모습이 바뀔 때 생겨난 바위섬이라지요. 마치 섬에서 저 혼자 떨어져 나간 듯 홀로 서 있는 외돌개는 높이 20m, 둘레 10m의 기암절벽 형태이며 꼭대기에는 작은 해송(海松) 몇 그루가 자생하고 있습니다. 낮에 와서 보면 외돌개를 감싸는 매혹적인 바다 물빛은 시시각각 눈부시기에 감..

창작수필 2010.04.11

마음으로 꾸는 꿈

어느날 저녁, 성당에 가려고 택시를 탔을 때였다. 라디오에서 뉴스가 나오고 있었는데, 얼핏 들으니 ‘제주 유나이티드’하는 소리가 귓가에 스치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귀가 솔깃했다. 소리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면서 일정하지가 않아서 뉴스를 자세히 듣지는 못했지만, 간간이 ‘제주 유나이티드 F.C'라는 말이 들리는 것으로 봐서 프로축구팀 창단에 관한 얘기인듯 했다. 처음엔 내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제주도에 프로축구팀이 생긴다니, 솔직히 믿기지가 않았다. 미사를 보는 내내 ’제주 유나이티드‘ 일곱 글자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벌써부터 제주 프로축구팀의 유니폼을 입고 축구장으로 달려가 응원을 할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한껏 기대에 부풀어 집에 돌아왔는데, 저녁 뉴스를 보고나서는 그만 맥..

창작수필 2010.04.09

운명을 가른 작은 공

지난 금요일 밤, 잠자리에 들기전에 휴대전화 알람을 맞추면서 잠시 고민에 빠졌다. 항상 토요일 아침에 성체조배를 하기 때문에 여섯시 정각에 일어날 수 있도록 시간을 맞추어 놓곤 했는데 시간을 좀 더 앞당길까 말까하며 망설인 것이다. 바로 토요일 새벽에 있을 독일 월드컵 본선 조추첨때문이었다. 특히나 이번은 한국이 4강신화의 후광으로 인해 역대 월드컵 사상 가장 유리한 입장에서 조배정을 받게 되어서 어느때 보다도 기대가 되고 기다려졌다. 또한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호주와 조별예선에서 만나게 될 것인지 여부도 달려있었기 때문에 생중계로 보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일었다. 한참을 망설인 끝에 결국 새벽 4시로 알람을 맞추고 잠을 청했다. 우리 한국팀이 제발 약한 팀을 만나게 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알람은 정확..

창작수필 2010.04.09

마이더스의 손

히딩크가 일을 냈다. 일을 내도 단단히 크게 내고야 말았다. 축구 불모지나 다름없는 호주로 날아가서는 불과 4개월여만에 별 볼일 없던 호주 대표팀을 새롭게 탈바꿈 시켜서 월드컵 본선 무대에 덜컥 올려놓은 것이다. 호주로서는 32년만에 이룬 쾌거였으니 무엇과도 비할 수 없는 큰 기쁨이었으리라. 사실 플레이오프 원정경기에서 우루과이에 0:1로 졌을 때 아무리 히딩크라도 마술을 부리지 않는 이상 호주는 본선진출을 낙관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럴수가! 정말로 마술같은 일이 벌어졌다. 우루과이를 홈으로 불러들인 호주는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1:0으로 앞섰다. 하지만 2골차 이상으로 이겨야하는 상황이었기에 승부는 연장전으로 이어졌고, 연장전에서도 승부를 내지 못한 두 팀은 결국 승부차기에서 명암이 엇갈린 것..

창작수필 2010.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