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5

시월의 마지막 날을 보내며

시월의 마지막 밤이 저물어 간다. 시월의 마지막 날은 어김없이 '잊혀진 계절'을 들으며 시월을 보냄을 아쉬워하고 낭만에 취하는 것이 불문율처럼 이어져왔다. 요즘은 젊은 세대들이 할로윈데이 축제를 즐기는 날이 되었다. 하지만, 제주도에서 시월의 마지막 날은 낭만이나 축제를 떠나서 중요한 역사적 의미가 있는 날이다. 17년전 오늘, 2003년 10월 31일에 故노무현대통령이 제주4.3에 대해 국가 폭력에 의한 희생을 인정하고 제주 도민에게 공식사과했다. 반세기가 넘는 세월동안 침묵을 강요당했던 제주4.3이 금기의 억압에서 비로소 벗어나 응어리진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내며 마음놓고 울 수 있었던 의미 깊은 날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주4.3을 상징하는 동백꽃 사진과 동백꽃 장식 기념품 4종세트( 동백꽃 배지..

포토에세이 2020.11.01

가을의 향기

가을(Autumn(fall)) (1) 가을의 향기 9월이다. 어느새 여름이 가고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바람이 불어온다. 목덜미를 스치는 바람결이 산뜻하다. 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제법 선선해졌다. 아직 낮에는 여름 끝자락의 더위가 남아 있지만 아침이나 저녁에는 살갗에 닿는 공기가 상큼하다. 가을의 향기가 느껴진다. 9월의 첫날, 달력을 한 장 뜯어낼 때 가슴속에 멍울졌던 그늘 하나가 지워지는 듯했다. 이제 가을이 왔다. 이 가을은 내게 또 어떤 추억과 시간과 의미를 선사할까. (2) 가을밤, 길을 걷다 가을밤에 홀로 길을 걷는다. 서늘한 바람결이 머리칼을 쓰다듬고 지나간다. 도시의 가을밤, 편의점 앞 테라스에 앉아 카페라떼와 도넛을 먹으며 이어폰으로 노래를 듣는다. 헤드라이트 불빛을 밝힌 자동차들이 바..

포토에세이 2016.10.02

서귀포의 환상

1. 이중섭 거리와 자구리 바다 긴 장마가 끝나고 간만에 화창한 햇살이 쏟아지던 일요일 오후, 바다가 보고 싶었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 .. 제주도 서귀포 토박이면서도 근래 들어서 바다에 가 볼 기회가 여의치 않았다. 제주도에 살면서도 여름바다를 혼자 가 본 기억이 거의 없다니, 참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따가운 여름 햇볕.. 과랑과랑한 햇볕 아래 서 있기만 해도 숨이 막히는 삼복더위.. 그새서인지 바다가 더 간절했다. 점심때라 배도 고프고 더위 때문에 갈증이 났다. 바다까지 걸어서 가려면 우선 허기진 배부터 채워야 했기에 편의점에서 밀크티 라떼와 빵을 사서 먹었다. 처음 먹어보는 밀크 티 라떼는 내 입맛에 그다지 맞지 않았지만 일단 요기를 해야 했기에 다 마셨다. 막상 바다로 가려하니 어디로 가..

포토에세이 2016.10.01

착한 서점

착한 서점 7월쯤인가.. 기존에 이곳에 있던 서점이 위쪽 동네로 이전하고 북카페를 겸한 새로운 서점'북ㅇ임'과 카페 'P다방'이 들어섰다. 처음엔 'P다방'만 새로 오픈 하는 줄 알았는데 'P다방' 옆에 서점이 있는 것을 보고 의아했다. 간판에 씌어져 있는 '착한서점'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한 번 들어가봐야지 하면서도 기회가 여의치 않아 그냥 지나치기 일쑤였다. 착한서점 '북ㅇ임'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반겨주는 피노키오 인형 시월의 두번째 일요일.. 주일미사 참례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침내 결심을 하고 서점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시간적인 여유도 있고 해서 구경이나 해보자는 마음으로 서점 문을 열고 들어갔다. 서점 안으로 들어온 순간 여늬 일반서점과는 분위기가 다른 것이 느껴졌다. 서..

포토에세이 2016.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