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권
-동광성당 김병헌(마태오)-
우리 주위에는 성인들의 축일을 잘 기억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베드로'하면 6월 29일, '요셉'하면 3월 19일 하는 식으로 말이지요. 저 또한 학창시절 친구나 가족의 축일을
기억해 두었다가 상본이나 혹은 선물을 준 기억들이 납니다. 그러나 그렇게 축일을 잘 외우고 다니는 분들도
2월 6일이 '성 바오로 미키와 동료 순교자 기념일'이라는 사실까지 알고 계시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그 동료 순교자들 중에 한국인 빈센트 권 복자가 계시다는 사실은 더더욱 알고 계시지 않을 것입니다.
빈센트 권 복자는 임진왜란 때 일본 장수에게 끌려간 조선 사대부의 자손이었습니다.
일본에서 그는 장수의 부인에 의해 당시 일본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예수회 학교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그는 예수회 수도자가 되었고, 고국에서의 선교활동을 갈망하며 우선 중국으로 가게 됩니다. 조선으로 넘어오기 위해 조선과 중국의 국경 부근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지만 추위와 기근, 경비강화 때문에
그리 쉽게 되지는 않았습니다.
결국 그는 다음 기회를 엿보기 위해 일본으로 다시 돌아가, 임진왜란 때 끌려와 일본에서 세례받은 조선인
신자들을 담당하는 활동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곧 일본 내에 박해가 시작되어 신자들과 같이
옥에 갇히게 되었고, 마침내 동료인 미키 신부님과 수사들과 같이 십자가형에 처해지게 됩니다. 이것이 그분에
대해 찾아본 유일한 자료들입니다.
아시다시피 임진왜란 직후라면 17세기 초반으로 이는 예수회 초기 역사와도 거의 같고, 한국교회의 태동과는
200여년이나 차이가 날 정도로 오래된 역사입니다. 그런데도 많은 신자분들이 빈센트 권이란 이름은 들어보지도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그동안 우리 교회가 교구 중심의 교회 역사만을 소개한 탓이라고 봅니다.
파리 외방선교회에 의해 조선교구가 설립되는 그 18세기 후반을 우리 교회의 시작이라고 본 것이지요.
교구 역사든 수도회 역사든, 17세기든 18세기든, 언제를 시작으로 잡든 그런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빈센트 권 복자와 그 조선인 신자들이야말로, 타의에 의해 이국땅으로 끌려가 고국을 그리면서
그리고 신앙을 지키면서 그렇게 순교하신 우리의 자랑스러운 선조들이시고 또 그럼으로써 마땅히 우리 후손들의 공경과 기도를 받으실만한 훌륭한 신앙의 모범들이시라는 것입니다.
지금 교회 곳곳에서 시복시성 운동이 한창입니다. 바라건대 이런 운동을 통해 우리의 선조들을 복자나 성인의
반열에 많이 올리는 것 못지않게, 빈센트 권 복자나 일본에서 순교하신 조선인 신자들같이 가려진 우리 교회
역사를 알리는 데도 관심을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 빈센트 권 복자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또한 일본에서 순교하신 우리 선조들의 영혼이
하느님의 나라에서 평안한 안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느님께 빌어주소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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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제가 다니는 서귀포 본당 주보에 실린 제주시 동광성당의 김병헌 마태오 형제님의 글입니다.
그동안 모르고 있었던 빈센트 권 복자님의 순교와 한국 교회의 역사를 새롭게 알 게되어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이렇게 좋은 글을 접할 기회를 주신 김병헌 마태오 형제님께 감사하며 주님의 은총이 함께 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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