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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서점

청비바리 2016. 6. 3. 14:40

 

 

 

 

                                                                                              착한 서점

 

 

 

 

 7월쯤인가.. 기존에 이곳에 있던 서점이 위쪽 동네로 이전하고 북카페를 겸한 새로운 서점'북ㅇ임'과  카페 'P다방'이 들어섰다.  처음엔 'P다방'만 새로 오픈 하는 줄 알았는데 'P다방' 옆에 서점이 있는 것을 보고 의아했다. 간판에 씌어져 있는 '착한서점'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한 번 들어가봐야지 하면서도 기회가 여의치 않아 그냥 지나치기 일쑤였다. 


  착한서점 '북ㅇ임'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반겨주는 피노키오 인형
 
 시월의 두번째 일요일.. 주일미사 참례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침내 결심을 하고 서점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시간적인 여유도 있고 해서 구경이나 해보자는 마음으로 서점 문을 열고 들어갔다. 서점 안으로 들어온 순간 여늬 일반서점과는 분위기가 다른 것이 느껴졌다. 서점 입구에 책들을 지지대 삼아 앉아 있는 피노키오 인형이 눈에 들어왔다. 호기심과 두려움이 섞인 마음으로 낯선 곳에 첫발을 내디딘 방문객을 반갑게 맞이해 주는 듯했다.  왠지 모를 편안함과 묘한 설렘이 다가왔다.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동물 인형 조각들과 그림들,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서점 안을 구경하는 동안 왜 이곳이 '착한서점'인지 알 수 있었다. 일반서점과는 달리 판매용 책들이 있는 서점과, 의자에 앉아서 차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북카페로 공간이 나뉘어져 있었다. 

서점 곳곳마다 나무로 조각된 귀여운 동물 인형들이 있다.

'북카페 책꽂이'라고 씌여 있는 안내문이 있는 책꽂이를 기준으로 왼쪽이 판매용 책들을 판매하는 서점이고 오른쪽 의자가 보이는 곳이 북카페이다. 책을 사지 않아도 북카페에서 읽고 싶은 책을 골라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다. 단, 판매용 책은 북카페에서 읽을 수 없고, 북카페 내의 책장에 있는 책들만 북카페에서 읽을수 있다. 판매용 책을 그 자리에서 읽고 싶을때는 서점 진열대 사이사이 마다 의자들이 놓여 있으므로 거기 앉아서 읽을 수 있다. 만일, 판매용 책을 북카페에서 읽고 싶다면 구입한 후 북카페에 가지고 들어올 수 있다.

 어디서든 마음 내키는대로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고 커피를 마시며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 것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이 곳의 가장 큰 장점은 굳이 책을 구입하지 않아도 북카페에서 읽고 싶은 책을 읽을 수 있고,  오랜 시간 죽치고 있어도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다른 일반 서점에 갈 때는 책을 사지 않고 읽기만 하고 나오려면 괜히 눈치가 보여서 반드시 책을 사서 서점을 나와야 마음이 편했었다. 또한, 여기처럼 앉을데가 없기 때문에서 서서 읽어야 하는데, 다리가 아파서 오래 서 있을 수도 없거니와 눈치가 보여서 오래 있을래야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서점에 갈 때마다 늘 '서점에 의자가 있어서 편하게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다면 좋을텐데, 이왕이면 커피나 차를 마시며 쉴 수 있는 카페 같은 그런 공간이 있으면 정말 좋겠다.. 서점에서 틀어주는 음악도 독서에 방해 안되게 좀더 차분하고 조용했으면 좋겠고..'라며 생각하곤 했었다. 

    판매용 서점과 북카페를 구분하는 책장벽이다. 여기에도 작은 피노키오 인형이 걸려있다.

 

이곳이 북카페이다. 책장에 있는 책들은 대부분 손님이나 방문객들이 기증한 것이다. 책장에 붙어 있는 종이들은 손님이나 방문객, 혹은 책을 기증한 분들이 북카페에 대한 느낌이나 방문 이유, 책을 기증하게 된 사연등을 써서 붙여놓은 쪽지들이다.
이 곳 '북ㅇ임'이 생기기 전까지 내가 꿈꾸던 서점은 그저 상상으로 가슴 속에 묻혀버릴 줄만 알았다. 그런데, 내가 상상속에 꿈꾸었던 서점이 현실이 되어 나타난 것이다. 지금 이렇게 꿈에 그리던 북카페에서 그동안 상상속에 그려보았던 호사(?)를 현실로 누리고 있음이 실감나지 않는다.


뒤에서 바라본 북카페 모습이다.  서재처럼 아늑해보인다.


     북카페 뒷쪽에 있던 공간이다.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누릴 수 있었던 쉼터이자 나만의 서재같은 공간이었다.
 

    혼자 조용히 책을 일고 커피를 마시며 사색을 즐길 주 있는 아늑한 공간이었는데 지금은 아쉽게도 없어졌다.


1인용 테이블과 의자들이 있던 혼자만의 공간이 지금은 이렇게 바뀌었다.
바로 뒤에 화장실이 있어서 좀 그렇긴 했어도(여자와 남자가 그려진 칸막이가 있는 곳이 화장실이다.) 혼자 있기 좋은 편안한 공간이었는데 조금 아쉬운 마음이 없지 않다. 


그래도 다행인건 책장은 그대로 있다. 처음엔 책들이 얼마 없었는데 지금은 책장이 거의 다 찰 정도로 책들이 들어차있다.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나무로 된 계단식 책장에서 책을 꺼내 읽을 수 있고 위에는 다락방같은 구조로 되어있다. 위로 올라가는 계단은 오른쪽 가장자리에 보이는 나무 계단이고 왼쪽 가장자리에도 있다.  아이들이 많이 있을때는 좀 시끄럽긴 하지만 견딜만 하다.


     마룻바닥에 러그가 깔려 있고 담요도 마련되어있어  겨울에 여기에서 담요를 덮고 앉아 책을 읽는 사람들도 종종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여기에 앉은뱅이 책상도 추가되어 더 편히 책도 읽고 커피나 음료도 마실 수 있다.
 대형서점이나 일반서점에서는 느끼기 힘든 내 집같은 아늑함과 편안함이 지친 마음을 달래준다. 

   밤에 보는 '북ㅇ임'과 'P다방'은 낮에 봤을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북ㅇ임'과 'P다방'을 '책의 시간'과 '하얀다방'으로 부르기로 했다.  '북ㅇ임'을 우리말로 풀이하면 '책의 시간'이 되고, 'P다방'은  'P'가 우리나라 성씨인 '백'의 영어 이니셜이기 때문에 발음이 같은 한자 '白'자를 따서 '하얀다방'이라 부르기로 한 것이다.


  '하얀다방'에서 바라 본 '책의 시간' 내부 전경이다.
 '책의 시간'과 '하얀다방'은 센서로 열리는 투명한 유리 자동문을 사이에 두고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두 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다. '하얀다방'에서 커피나 간식거리를 사서 '책의 시간' 북카페로 가서 책을 읽으며 먹을 수 있고, 반대로 '책의 시간'에서 책을 읽다가 배가 출출하거나 입이 심심할때, 혹은 커피가 마시고 싶을 때는 '하얀다방'으로 와서 주문하고 구입해서 먹을 수 있다.   


  '하얀다방'의 주요 메뉴 중 하나인 아메리카노와 소세지 빵.
  아메리카노는 따뜻한 것이 1500원,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2000원이고 소세지 빵은 2500원이다.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소세지 빵을 사면 4000원.. 점심으로 가끔 사먹는데 가격대비 이 정도면 저렴한 편이고 맛도 괜찮다.
 처음엔 카페라떼와 소세지빵을 같이 먹었었는데 아무래도 소세지빵에는 아메리카노가 어울린다. 원래 카페라떼를 좋아하지만 소세지빵을 살 때는 꼭 아메리카노를 곁들인다. 여기는 아메리카노도 맛과 향이 저렴한 가격에 비해 꽤 괜찮은 편이다.  


   '하얀다방'의 메인 메뉴이자 핫인기 아이템인 카페라떼와 사라다빵.
  사라다빵엔 따뜻하고 부드러운 카페라떼가 잘 어울린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카페라떼..사실 '하얀다방'에 입성한 이유도 카페라떼를 먹고 싶어서였다. 비록 첫날에 메뉴판에서 카페라떼를 찾지 못해서 카페모카로 대신하는 웃픈(?) 사건이 있었지만.
첫날의 시행착오 이후로 이젠 실수 없이 카페라떼를 제대로 주문해서 구입하는데 문제가 없다. 물론 사라다빵도 맛있다.  따뜻한 카페라떼는 2500원, 아이스 카페라떼는 3000원. 사라다빵은 2000원이다.  따뜻한 카페라떼와 사라다빵이 4500원.. 주머니 사정이 빈약한 놀토메에게 점심으로 이 정도면 훌륭한 진수성찬이다.


    북카페에서 읽었던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 .. 그리고 옆의 노트는 습작 노트이다.  소설 습작을 하고 있는게 있어서 북카페에 가져와서 책을 읽으며 습작도 같이 해봤다.  북카페에서 습작을 하니 진짜 작가가 된 느낌이다.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는 프랑스의 인상주의 화가 '폴 고갱'을 모델로 한 소설이다. 북카페의 책장에서 발견하고 쾌재를 불렀다. 예전 부터 읽고 싶었단 책이었다. 다소 난해하기도 하지만 읽을수록 몰입되었다.  


  책에 끼워져 있는 책갈피는 내가 가지고 있던 것을 끼워 넣은 것이다.
며칠만에 가서 펼쳐보아도 그대로 읽던 곳에 끼워져 있다. 북카페를 찾는 사람들이 책을 귀히 대하는 마음이.. 그 순수고 진심어린 배려에 흐뭇했다.
유명작가들이 카페에서 작품 집필을 하면서 명작을 탄생시킨 것처럼 나도 여기에서 책도 읽고 글을 쓰면서 작가의 꿈을 키워보고 싶다는 희망을 품고 들뜬 기분에 희열마저 솟구치는 듯 했다.  북카페에 앉아 책을 읽거나 글을 쓸때 딱 적당한 밝기의 조명과 차분하고 조용한 클래식 음악이 독서와 글쓰기에 방해되지 않고 집중할 수 있어서 참 좋다. 편안하고 포근한 분위기가 지친 심신을 다독이고 감싸주는 것 같다.
 

북카페 뒤쪽 공간의 벽에 붙어 있는  안도현 시인의 詩 '가을 엽서'

이 가을에 어울리는 詩라 사진으로 한컷 담았다.

 

 

 

겨울을 재촉하듯 비가 내린다. 회색빛 하늘이 우울하게 내려앉은 도시의 거리. 카페 유리문 밖으로 보이는 중앙 광장거리는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젖어들고 있다. 유리문 밖 비내리는 거리를 바라보며 마시는 따뜻한 카페라떼 한 잔이 우울한 마음을 위로한다.


                                                      -2015. 가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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