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내 안에서 칼이 울었다
청비바리
2010. 4. 9. 15:44
- 노엽지 않은가
그대를 조선군의 수괴라 부르는 적보다
역도라 칭하는 군왕이 더욱 노엽지 않은가
그 불의에 맞서지 못하고
그대의 함대를 사지로 내몰고자 하는
세상의 비겁이 노엽지 않은가
칼은 살뜰하게 내게 보챘다.
- 적의 피로 물든 칼을 동족의 심장에 겨누지 마라.
그 무슨 가당치 않은 오만인가.
어찌하여 노여움을 참고 있는가.
이 바다에서 수많은 적에게 겨눴던 그 칼을
그대의 노여움에 겨눠라.
내가 진정 베어야 할 것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내 자신이라
칼을 달래고자 했으나 그 울음을 잠재울 수 없었다.
…하여 차라리 육신이 죽어 주었으면 했다.
그러나 이 내 몸은 죽어지지 않았다…
-‘불멸의 이순신’에서 이순신의 독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