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수필

내 마음속의 히딩크

청비바리 2010. 4. 9. 01:03

 

 

                    내 마음속의 히딩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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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스 히딩크, 이 이름을 들으면 아직도 나는 가슴이 떨린다.

3년전 월드컵 열기로 뜨거웠던 그때, 우리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 가장 행복한 한달을

선물받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그때의 감동과 환희를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그 누구도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월드컵 4강이었다. 월드컵이 우리나라에서 열리지

않았다면, 그리고 히딩크가 한국에 오지 않았다면 그것은 어쩌면 요원한 꿈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3년전 그 여름, 우리는 꿈이 현실이 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아마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환희와 눈물로 지새웠던 그 6월의 밤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지금도 가끔

히딩크 감독의 소식을 접할 때면 그때의 추억이 떠올라 저절로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번지고, 때로는 콧등이 시큰해지기도 한다. 월드컵이 끝나고 떠나기전 공항에서

‘안녕’이라는 말 대신 ‘다시 보자’라는 인사와 함께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어주던 히딩크의

모습이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다. 그렇게 ‘다시 보자’고 했지만 이젠 점점 다시 한국에

돌아올 기회가 멀어지는 것만 같아 마음이 아리다. 몸은 한국을 떠나있지만

‘한국은 내 마음속에 있다.’고 말할 만큼 여전히 변치않는 한국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고 있는

히딩크이기에 더욱 그렇다.

월드컵 이후 박지성과 이영표 선수를 영입해서 최고의 선수로 키워낸것만 봐도

히딩크의 한국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짐작할 수 있다. 히딩크는 그들의 기량을 의심하는

언론에 맞서서 대변해 주었고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었다. 그 덕분에 두 선수는 소속팀에서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고, 자신들의 기량을 마음껏 펼쳐 보일 수 있었다. 나날이 성장해가는

두 선수를 볼 때마다 얼마나 히딩크가 고마웠는지 모른다. 역대 어느 외국인 감독도 자신이

맡았던 대표팀 선수들을 영입해서 키운 경우는 없었다. 사실 우리나라 선수들은

유럽진출이 참 어렵다고한다. 기량도 문제이지만 유럽과 우리의 축구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이다. 유럽 프로리그에서는 어린 유망주들을 데려다가 키워서 2?3부리그에 속하는

정도의 약한팀에 임대하여 뛰게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선수가 어느정도 성장하면

1부리그팀으로 옮기거나 다른 리그로 스카웃되는 데, 우리 선수들은 나이와 군대문제등이

걸림돌이 되어서 유럽리그에 진출하는 것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히딩크가

고마울 수 밖에 없다. 정녕 히딩크가 아니었다면 박지성과 이영표 두 선수가 유럽리그에

진출하여 오늘만큼의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지는 장담할 수 없지 않을까 싶다.

  히딩크가 한국에 왔다. 너무 멀리 있어 늘 마음으로만 그렸던 히딩크가 마침내 우리

곁으로 한 걸음 다가왔다. 피스컵 국제축구대회에 참가하기위해 2년여만에 한국땅을 밟은   

것이다. 개막전 경기가 있던 날, TV화면을 통해 히딩크와 재회하면서 나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왔다. 예전에 비해 살이 좀 찌긴 했지만 카리스마는 여전했다. 화면에

히딩크의 얼굴이 비치는 순간 나는 너무나 반가운 나머지 화면속으로 뛰어들어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히딩크에게 달려가 악수라도 하고 싶었다. 어느날 인터넷에서 히딩크의

인터뷰를 접하게 되었다. 한국 대표팀을 다시 맡고 싶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정말 히딩크 말대로 다시 돌아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만은 며칠후

히딩크가 호주 대표팀 감독으로 확정되었다는 기사를 보고 혹시나 했던 기대를 접을 수 밖에

없었다. 서운했지만 한편으로는 호주라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과연 독일 월드컵에서 호주 대표팀을 이끌고 진두지휘하는 히딩크를 만날 수 있을까?

어쩌면 지난 한일 월드컵때 히딩크가 포르투갈과 스페인 선수들을 안아주었던 것처럼

그렇게 우리 선수들을 따뜻이 안아주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때는 위로가 아닌 축하를 받는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히딩크가 어디에 있든 우리는

히딩크를 잊지 못할 것이다. 한국이 히딩크의 마음속에 있듯이 히딩크 또한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2005. 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