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문학살롱

자존(自尊)- 고재종

청비바리 2013. 11. 29. 16:39

 

 

 

 

 

 

 

 

 

 

             

 

            自 尊 

 

 

                                       고재종

 

 

 

 

외로운 날, 느티나무의 너른 둥치에 기대면

나무는 제 가슴 열어 수만 상처를 보여 주네

 

 

 

설레는 날, 강물에 나가 물수제비를 띄우면

강물은 몸 뒤채어 금은비늘 떼 반짝여 주네

 

 

 

서러운 날, 또 잿등에 올라 목이 메이면

하늘은 그 울음 쓸어 남빛 만리를 보여주고

 

 

 

그러나 또 가슴 애리도록 너 그리운 날엔

앞산도 제 능선 위로 멧비둘기 떼 띄워주네

 

 

 

나는 이래저래, 홀로 드높아 쓸쓸하여선

서리 쓴 들국 한 송이에도 함부로 절을 하네